슈퍼8. by 또로

지금 극장에서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써니>는 80년대의 소녀들의 감수성을 유쾌하게 재현해내어 남녀노소 관객들 모두에게 호평을 받고있다. <써니>의 가장 큰 흥행 요인이라면 요즘같이 살림살이 각팍해지고 가슴 한구석이 매말라있는 관객들에게 순수함 가득했던 80년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내면서도 뿌듯한 마음으로 기분좋게 극장을 나설수 있는 작품이었다는 점이었다. 우리에게 있어서 80년대는 어떤 시기였을까. 매콤한 최루탄이 휘날리던 민주화의 열기는 식는 법이 없었고 한강의 기적으로 88올림픽까지 열렸던 그런 시기였다. 그리고 컬러TV의 보급, 세운상가의 빽판과 빨간책, 그리고 흔히 3S정책이라 하는 것들 중 Screan, 즉 영화 그중에서도 외화가 극장에서 본격적으로 상영되기 시작하고 붐을 이루던 문화의 시기였다. 그 외화중에서도 <ET>나 <백투더퓨쳐>같은 영화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관객을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했었다. 물론 난 이 시기에 태어난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책이나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껴왔던 80년대란 감수성도 풍부하였고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찼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민주화를 열망하고 스크린속 외계인과 인간의 우정에 눈물을 흘리고 올림픽에 가슴벅찼던 80년대, 떡밥의 제왕 JJ에이브람스가 만들고 스필버그 아찌가 제작한 <슈퍼8>은 이런 80년대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다.

(스포주의)

어머니를 사고로 여의고 경찰인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소년 '조'는 친구들과 함께 영화 촬영을 하다 정체불명의 기차탈선사고를 목격하게 되고 이와 관련된듯한 이상한 현상들이 마을에서 계속 벌어지는걸 보며 서서히 비밀을 풀어나간다는게 대부분의 사람이 예고편이나 영화정보를 통해 알게되었을 일반적인 줄거리다.
'조'는 항상 어머니의 사진이 든 자그마한 목걸이를 갖고 다니며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그의 아버지또한 갑작스런 살림살이에 혼란을 느끼고 아내의 죽음과 연관된 남자와 그의 딸이자 '조'와 함께 영화를 찍는 '앨리스'를 미워하게 된다. '앨리스'의 아버지 또한 영화 촬영에 관련되어 집에 찾아온 "조"를 미워하는듯 하지만 그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갈등과 정체불명의 사건 속에서 영화제작단 친구들의 우정, 그중에서도 '조'와 '앨리스'의 우정은 점점 더 깊어져 간다.
'앨리스'가 정체불명의 괴생물체에게 납치된 뒤 설상가상으로 마을엔 군대의 기밀작전이 실행되면서 마을주민 전체가 대피하게 된다. '앨리스'를 구하러 '조'와 영화제작친구들은 몰래 마을로 가서 사건현장에서 목격했던 과학선생의 트레일러속 비밀자료들을 발견하고는 사건의 정체를 알게 된다. 바로 지구의 불시착한 뒤 인간에 의해 연구목적으로 감금되고 유일하게 그와 교감하게 된 연구원, 즉 영화제작친구들의 과학선생이 외계인의 탈출을 위해 트럭을 타고 달려들어 기차를 탈선시킨것. '조'는 탈출한 외계인이 우주선을 만들고 있는 땅굴속에서  '앨리스'를 구하고 도망치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조'와 외계인의 교감장면이 나온다. 외계인은 지구에 오면서 억울하게 우주선을 빼앗기고 감금당하면서 살아왔고 탈출 이후로는 인간들에게 복수라도 하듯이 그들의 생필품으로 우주선을 만들고 사람들을 잡아먹는다. '조'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큰 상처를 받았고 어쩌면 영화촬영과 모형제작을 통해 그런 상처를 잊으려고 하는것일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를 적이라 생각했던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동질감을 느낄수가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히트>의 커피숍 대화씬이 생각났다.
밖으로 나온 '조'와 '앨리스'는 모든 가전제품들과 자동차들, 심지어 군인들의 총까지 둥둥 떠다녀 급수탑에 붙고 뒤이어 사건현장에서도 봤던 정체불명의 큐브, 즉 외계인의 우주선을 이루는 물질까지 군대의 컨테이너에서 나오면서 우주선을 만들게 되는것을 본다. 이윽고 '조'와 '앨리스'의 아버지도 그들을 찾고선 감격과 화해의 포옹을 한다. 우주선이 완성되고 외계인이 탑승하더니 갑자기 '조'의 목걸이가 우주선으로 끌려가게 된다. 하지만 '조'는 미련을 놓은듯이 목걸이를 놓아주고 우주선은 이들을 뒤로 한채 자신의 행성으로 떠난다. 렌즈 플레어가 서서히 줄어들듯이 말이다.

(스포 끝)

걍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정체불명의 사건 그 속에 사람들 사이의 갈등, 그리고 그 갈등의 해소과정을 그 옛날 스필버그처럼 따뜻하게 담아내고 있다. 정말 경이로웠던 마지막 장면을 이렇게 머릿속의 기억을 바탕으로 쓰려니 정리가 잘 안되었다만 이 장면은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확실히 정리하면서도 80년대스타일의 SF영화로서의 마무리를 완벽하게 지어낸다. 그외에도 정말로 80년대 영화에나 나올법한 인상과 특징들(교정기, 뚱보, 안경잡이, 홍일점 여자캐릭터, 용감한 주인공...)을 지닌 아이들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순수한 열정이라던가 소년 소녀의 풋풋한 로맨스까지 80년대의 향수를 강하게 뿜어내고 있다. 솔직히 이 영화에는 뻔하디 뻔한 클리셰가 많이 등장하지만 이 마저도 고전적인 클리셰여서 그런지 그닥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마치 <써니>에서 느꼈던 80년대의 감수성을 SF버전으로 느꼈다고나 할까. 적어도 80년대를 겪지않은 젊은이들은 이렇게 느낄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ET>같은 80년대 SF영화를 추억하며 이 영화를 감상하게 될것이다.
정말 간만에 본 좋은 영화였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국내에서 그리 흥행할만한 작품은 아니다. 지금 아이맥스로 절찬리에 상영중인데 다음달이면 <트랜스포머3>와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파트2>가 아이맥스 스크린을 점령할것이므로 이번달 내로 빨리 보는걸 추천한다. 간만에 현장감을 잘 살려낸 아이맥스 영화였다.


여담 몇가지
1. 초반엔 뚱보 누나 '허리'보고 헠... 후엔 엘르페닝 쨔응때문에 헠헠헠헠.... 묘하게 시크한 귀요미 ㅠㅠ
2. 뚱보 캐릭터는 뭔가 뻔하면서도 골때림. 교정기 불꽃놀이소년은 그냥 존재 자체가 골때림ㅋㅋㅋㅋ
3. 이동진 기자 말처럼 <괴물> 생각나는 장면이 몇군데 있다. 사운드트랙중에도 <괴물> 메인테마랑 비슷한 느낌 주는 곡도 있고.
4. 엔딩크레딧 '쿠키'는 이 영화를 마무리 짓는 완벽한 '디저트'. 센스가 쓰나미급으로 넘쳐난다.
5. 단편영화를 만들려고 촬영도 잠시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더라. 나도 영화속 뚱보처럼 야망이 있었는데...
6. 같이 본 내 친구는 '그것'을 보고 쌀과자 아니냐고 해서 빵터졌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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